2026년 2월, 제 투자 계좌를 열었을 때 비트코인 잔고가 반토막 나 있었습니다. 불과 2주 전만 해도 15만 달러를 넘보던 비트코인이 6만 달러 초반까지 추락했습니다. 저뿐만 아니라 수많은 투자자들이 같은 충격을 겪었고, 온라인 커뮤니티는 패닉 분위기로 가득 찼습니다. 단순한 조정이 아니라 구조적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는 신호였습니다.

블랙록의 대규모 매도와 시장 심리 붕괴
블랙록(BlackRock)은 운용 자산 규모(AUM) 10조 달러가 넘는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입니다. 여기서 AUM이란 자산운용사가 고객으로부터 맡아 투자·관리하는 총 자산 규모를 의미합니다. 이 회사가 2024년 초 비트코인 현물 ETF를 출시하면서 암호화폐 시장은 제도권 진입이라는 새로운 국면을 맞았습니다.
그런데 2026년 1월 말, 블랙록의 비트코인 현물 ETF인 아이빗(iShares Bit coin Trust)에서 약 5억 달러 이상의 순 유출이 발생했습니다. 제가 이 소식을 접했을 때 가장 먼저 든 생각은 "왜 지금이지?"였습니다. 블랙록은 비트코인을 디지털 금으로 홍보하며 기관 투자 시대를 열었던 주역이었습니다. 그런 회사가 갑자기 물량을 빼기 시작했다는 건 단순한 차익 실현 이상의 의미를 담고 있었습니다.
투자자 심리는 빠르게 무너졌습니다. "블랙록이 판다는 건 뭔가 우리가 모르는 악재가 있는 거 아닐까?" 이런 불안감이 커뮤니티 전체를 휩쓸었습니다. 실제로 저도 처음엔 추가 매수 기회로 봤지만, 하루가 다르게 떨어지는 차트를 보면서 관망 모드로 전환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블랙록의 매도는 시작에 불과했고, 진짜 지옥은 그다음에 펼쳐졌습니다.
레버리지 청산 도미노와 롱 스퀴즈 현상
암호화폐 시장에는 레버리지(Leverage) 거래라는 구조가 있습니다. 레버리지란 적은 자본으로 큰 금액을 거래할 수 있도록 빌려주는 배수를 의미합니다. 예를 들어 100만 원으로 10배 레버리지를 쓰면 1,000만 원어치 비트코인을 살 수 있습니다. 가격이 10% 오르면 원금 대비 100% 수익이 나지만, 반대로 10% 떨어지면 원금을 모두 잃는 청산(Liquidation)이 발생합니다.
블랙록 매도 이후 비트코인 가격이 하락하자 롱(상승 베팅) 포지션을 잡았던 투자자들이 줄줄이 청산당했습니다. 2026년 2월 1일 하루 동안 발생한 총 청산액은 약 25억 6천만 달러로 집계됐습니다. 한화로 약 3조 5천억 원에 달하는 매물이 시장에 한꺼번에 쏟아진 겁니다.
이런 현상을 롱 스퀴즈(Long Squeeze)라고 부릅니다. 롱 스퀴즈란 가격 하락으로 롱 포지션이 강제 청산되면서 추가 매도 물량이 시장에 나와 하락을 더욱 가속화하는 악순환을 의미합니다. 제가 직접 겪은 상황을 예로 들면, 제 지인 중 한 명은 12만 달러에 5배 레버리지로 진입했다가 10만 달러 근처에서 청산당했습니다. 그의 청산 물량이 다시 시장에 매도로 나가면서 다른 사람의 청산을 유발하는 도미노가 된 겁니다.
청산 메커니즘의 특징은 다음과 같습니다.
- 가격 하락 → 청산 발생 → 강제 매도 → 추가 하락 → 또 다른 청산
- 변동성이 클수록 청산 규모도 커짐
- 24시간 거래 특성상 밤새 청산이 집중되기도 함
솔직히 이 시기에는 차트를 보는 게 무서웠습니다. 매번 새로고침할 때마다 가격이 수천 달러씩 떨어졌고, 청산 알림이 실시간으로 쏟아졌습니다. 이건 단순한 조정이 아니라 구조적 폭락이었습니다.
미국 중심 시장 재편과 중국 자본 차단 효과
비트코인은 본래 탈중앙화를 표방한 자산이었습니다. 그런데 최근 몇 년간 시장 구조가 근본적으로 바뀌고 있습니다. 블랙록, 피델리티 같은 미국 대형 자산운용사들이 시장 지배력을 키우고, 트럼프 행정부는 친암호화폐 정책을 내세우며 미국을 암호화폐 허브로 만들겠다고 선언했습니다.
이 변화가 중국 자본에 미치는 영향은 상당합니다. 중국은 자본 통제가 엄격한 나라입니다. 과거 비트코인은 중국 투자자들이 자산을 해외로 이동시키는 우회 수단으로 활용됐습니다. 그런데 미국 중심의 제도권 편입이 진행되면서 비트코인의 변동성이 오히려 커졌고, 추적 가능성도 높아졌습니다. 결과적으로 자산 도피 수단으로써의 효용이 떨어진 겁니다.
2026년 초 지정학적 긴장이 고조되면서 이런 구조 변화가 더욱 명확해졌습니다. 중동 지역의 군사적 긴장 속에서 금과 달러는 상승했지만, 비트코인은 오히려 폭락했습니다. 시장은 비트코인을 안전 자산이 아닌 나스닥 지수와 연동되는 위험 자산으로 취급한 겁니다. 제 경험상 이건 예상 밖이었습니다. 비트코인이 디지털 금이라는 서사가 이렇게 빠르게 무너질 줄은 몰랐습니다.
마이크로스트래티지(MicroStrategy)의 평균 매수 단가인 7만 6천 달러 선이 붕괴된 것도 심리적 충격을 가중시켰습니다. 마이클 세일러(Michael Saylor)처럼 비트코인을 광적으로 신봉하던 인물조차 물렸다는 사실이 시장에 공포를 확산시켰습니다. 저 역시 "세일러도 물렸는데 우리는 뭐지?"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지금 비트코인 시장은 새로운 질서가 만들어지는 과정에 있습니다. 예전처럼 개인 투자자와 채굴업자들이 주도하던 시장이 아니라, 월스트리트 거물들이 규칙을 정하는 시장으로 재편되고 있습니다. 이 과정에서 중국 자본은 점차 밀려나고, 미국 자본이 주도권을 잡아가는 중입니다.
개인적으로는 이런 변화가 긍정적인지 부정적인지 판단하기 어렵습니다. 제도권 편입은 대중화와 안정성을 가져올 수 있지만, 동시에 탈중앙화라는 비트코인의 본질이 희석될 수도 있습니다. 다만 분명한 건, 우리 같은 개인 투자자들은 이 변화를 인정하고 적응해야 한다는 점입니다. 흔들리지 말고, 공포에 휩쓸리지 말고, 냉정하게 지켜보며 준비하는 것이 이 변동성 큰 시장에서 살아남는 유일한 방법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