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도 코인을 몇 번 해본 입장에서 스테이블코인이라는 단어는 익숙했습니다. 하지만 솔직히 그게 왜 중요한지, 어떤 파급력을 가질지는 제대로 몰랐습니다. 최근 미국이 지니어스 법안을 통과시키고 달러 스테이블코인을 본격 허용하면서 상황이 달라졌습니다. 이건 단순히 새로운 코인 하나가 생긴 게 아니라, 전 세계은행 시스템과 통화 질서 자체를 흔드는 사건입니다. 1달러와 1:1로 연동되는 디지털 화폐가 은행망 없이 전 세계를 오가면서, 130여 개 로컬 통화의 입지가 흔들리고 있습니다.

달러 페깅, 왜 이렇게 강력한가
스테이블코인은 비트코인처럼 가격이 널뛰지 않습니다. 1 코인이 정확히 1달러 가치를 유지하도록 설계됐기 때문입니다. 발행사가 1달러를 받고 1 토큰을 내주고, 다시 토큰을 가져오면 1달러를 돌려주는 구조입니다. 테더(USDT)라는 회사가 이 방식으로 세계 최대 달러 스테이블코인을 만들었고, 현재 점유율이 70%에 육박합니다.
처음엔 중국인들이 주 고객이었습니다. 2017년 중국 정부가 위안화 거래소를 폐쇄하자, 비트코인을 사고 싶어도 자국 은행을 쓸 수 없게 됐습니다. 그래서 달러 스테이블코인을 샀습니다. 민간 기업이 발행한 토큰이지만 달러 가치를 보장하니까, 국가 통제를 우회할 수 있었던 겁니다. 제 경험상 코인 거래소에서도 원화 입출금이 막힌 곳이 많았는데, 그때 스테이블코인이 있으면 훨씬 편했습니다. 은행 계좌 없이도 거래가 가능하니까요.
미국이 이걸 허용한 이유는 국채 시장 때문입니다. 테더는 받은 달러로 미국 단기 국채를 삽니다. 이자를 받아야 수익이 나니까요. 현재 테더가 보유한 미국 국채량은 독일 정부보다 많고 우리나라와 비슷한 수준입니다. 미국 입장에서는 채권이 안 팔리는 상황에서 달러 스테이블코인 확장이 곧 국채 수요 확대로 이어지는 셈입니다. 작년에는 미국 예산 중 국채 이자가 국방비를 넘어섰습니다. 이건 2035년쯤 예상됐던 일인데 10년이나 앞당겨진 겁니다. 미국으로서는 달러 스테이블코인이 절실한 상황입니다.
은행을 대체할 수 있을까
은행은 예금을 받아 대출을 주고 이자를 챙깁니다. 하지만 달러 스테이블코인은 은행망을 거치지 않습니다. 스마트폰에서 스마트폰으로 바로 갑니다. 한국에서 스위스로 돈을 보낼 때 보통 6개 은행을 거친다고 하는데, 스테이블코인은 그냥 상대방 폰으로 갑니다. 중간 고속도로는 달러지만, 한국에선 원화로 들어가고 스위스에선 프랑으로 나옵니다. 각국에 달러 대비 로컬 통화 거래소가 있으니까 가능한 구조입니다.
저도 이 부분이 처음엔 이해가 안 갔습니다. 1달러를 그냥 1달러로 쓰면 되지 왜 굳이 코인으로 바꾸냐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실제로 써보니 달랐습니다. 미국 은행 계좌가 없는 외국인에게는 달러 스테이블코인이 훨씬 편합니다. 온라인 뱅킹 없이도 달러를 쓸 수 있으니까요. 나이지리아 엔지니어를 고용해서 페이팔로 달러를 보내면, 그 나라 정부가 환율을 착취적으로 적용해 나이라로 바꿔줍니다. 하지만 테더로 주면 국가가 뜯어먹을 게 없습니다. 은행망을 안 거치니까요.
이렇게 되면 은행에 예금을 넣을 이유가 줄어듭니다. 폰으로 바로 쓸 수 있는데 굳이 은행에 넣겠습니까? 미국도 상업은행들이 위기감을 느껴야 하는데, 오히려 JP모건 같은 곳은 자체 스테이블코인을 연구하고 있습니다. 은행들도 이 흐름을 막을 수 없다는 걸 알고 적응하려는 겁니다. 제가 보기엔 앞으로 IT 기업과 은행이 스테이블코인 주도권을 두고 경쟁할 것 같습니다. 애플이나 메타 같은 빅테크가 뛰어들면 파괴력이 상상 이상일 겁니다.
통화 주권은 사라지는가
달러 스테이블코인이 본격화되면 각국 중앙은행의 재량권이 줄어듭니다. 예를 들어 한국은행이 원화 약세를 유도하려 해도, 국민들이 스마트폰으로 바로 달러 스테이블코인으로 갈아타면 원화 가치가 통제 불능 상태로 떨어질 수 있습니다. 그래서 한국은행은 원화 강세 정책만 쓸 수 있게 됩니다. 약세로 가면 브레이크가 없기 때문입니다. 이창용 총재가 스테이블코인을 강하게 반대하는 이유도 여기 있습니다.
하지만 솔직히 막을 수 있을까요? 미국이 이미 법을 통과시켰는데, 한국 중앙은행장의 발언으로 미국 정책이 바뀔 리 없습니다. 필리핀 노동자들이 한국에서 일하고 사장한테 달러 스테이블코인으로 달라고 요구하는 일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은행망 없이 바로 본국 가족에게 보낼 수 있으니까요. 정부가 단속한다 해도, 세뱃돈이나 과외비처럼 비공식 거래에서는 막을 방법이 없습니다. 폰만 있으면 되니까요.
원화 스테이블코인 얘기도 나오는데, 제 생각엔 의미가 없습니다. 원화는 글로벌 망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달러는 전 세계 어디서나 통하지만, 원화는 그렇지 않습니다. 필리핀이나 태국에서 원화 스테이블코인을 쓸 이유가 없습니다. 오히려 한국 기업들이 달러 근거 자산 스테이블코인을 만들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합니다. 삼성이나 네이버, 카카오가 달러 스테이블코인을 발행하면 글로벌 결제망에서 주도권을 잡을 수 있습니다. 그게 진짜 기회입니다.
유럽도 유로화 스테이블코인을 만들었지만, 유럽 시장에서 점유율이 0.2%에 불과합니다. 나머지 99.8%는 달러 기반입니다. 기축통화의 힘이 이렇게 무섭습니다. 19세기처럼 하나의 보편 통화가 전 세계를 지배하는 시대로 돌아가는 건지도 모릅니다.
여러분은 은행이 여러분 돈으로 뭘 하는지 알고 계신가요? 어디에 투자하고 어디에 힘을 싣는지? 블록체인 기술로 만들어진 스테이블코인은 해킹이 어렵고 투명한 지갑 방식으로 미래 은행을 대체할 핵심 기술 중 하나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코인에 직접 투자하지 않더라도 이 흐름은 알아야 합니다. 4차 산업의 기초 기술인 블록체인을 이해하고, 글로벌 금융 변화에 대응하는 건 이제 필수 교양입니다. 단순한 투자 수단이 아니라, 우리가 살아갈 디지털 레이어의 새로운 돈이기 때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