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도 처음 워런 버핏의 은퇴 소식을 접했을 때 솔직히 예상 밖이었습니다. 만 94세까지 현역으로 버크셔 해서웨이를 이끌어온 그가 2025년 5월 주주총회에서 CEO직에서 물러난다고 선언했으니까요. 60년간 지켜온 자리를 내려놓는 순간, 그는 코카콜라 한 병을 앞에 두고 차분하게 말했습니다. 제가 직접 그의 투자를 따라 해 본 경험이 있어서인지, 이번 은퇴 발표는 단순한 세대교체가 아니라 투자 철학의 본질을 다시 돌아보는 계기처럼 느껴졌습니다.

3,000억 달러 현금보유, 기회를 기다리는 인내심
버핏이 현재 버크셔 해서웨이에 보유한 현금은 3,000억 달러가 넘습니다. 여기서 말하는 현금보유(Cash Holdings)란 기업이 즉시 투자에 활용할 수 있는 유동자산을 의미하는데, 쉽게 말해 '언제든 쓸 수 있는 돈'입니다. 이는 버크셔 총자산의 27%에 해당하는 규모로, 지난 25년간 평균 13%만 현금으로 보유했던 것과 비교하면 2배 이상 늘어난 수치입니다.
제가 2020년 코로나 당시 현금을 쥐고 있다가 폭락장에서 우량주를 매수했던 경험이 있는데, 당시 버핏의 전략이 얼마나 합리적인지 체감했습니다. 그는 주주총회에서 이렇게 말했습니다. "투자할 만한 곳이 있다면 1,000억 달러도 지금 당장 투자하고 싶다. 하지만 그런 기회는 일정하게 오지 않는다." 미국 재무부(U.S. Department of the Treasury) 자료에 따르면, 버크셔는 현재 미국 국채 시장에서 사기업 중 최대 규모인 약 5%의 점유율을 기록하고 있습니다.
솔직히 이건 예상 밖이었는데, 버핏은 "현금을 많이 가진 게 아니라 기회를 쥐고 있는 것"이라고 표현했습니다. 주요 현금 보유 이유를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 시장 하락 시 즉각 대응 가능한 투자 여력 확보
- 저평가된 우량 기업 발굴 시 신속한 의사결정
- 불규칙한 투자 기회에 대비한 전략적 대기
제 경험상 이런 인내심은 개인 투자자에게도 똑같이 적용됩니다. 2022년 한국 증시가 급락했을 때 현금 여력이 있었던 투자자들은 PBR(주가순자산비율) 0.3 이하로 떨어진 우량주를 담을 수 있었습니다. 여기서 PBR이란 주가를 주당순자산으로 나눈 비율로, 기업의 자산 가치 대비 주가가 얼마나 저평가되었는지 보여주는 지표입니다.
가치투자 철학, 변하지 않는 본질
버핏은 은퇴 발표에서도 자신의 투자 원칙을 재확인했습니다. "우리는 주식이 매우 보수적으로 평가됐을 때, 거의 확실히 저평가라고 판단될 때만 산다"는 그의 말은 60년간 한 번도 흔들리지 않았습니다. 저는 2023년 일본 종합상사 투자 사례를 보며 그의 철학이 여전히 유효하다는 걸 확인했습니다.
버핏은 6년 전 일본 5대 종합상사에 투자하면서 "지분 10%를 초과하지 않겠다"라고 약속했습니다. 경영권 침해 없이 장기 파트너십을 유지하겠다는 의지였죠. 그는 "50년 동안 이 주식을 팔 생각이 전혀 없다"라고 말하면서도, "내일 무슨 일이 일어나면 팔 수도 있다"는 현실적인 여지를 남겼습니다. 한국거래소(KRX) 통계에 따르면, 국내 개인 투자자의 평균 주식 보유기간은 약 3개월에 불과합니다. 이는 버핏의 장기투자 철학과 극명하게 대비되는 부분입니다.
제가 직접 써봤는데, 장기투자는 단순히 '오래 보유'하는 게 아니라 '기회가 올 때까지 기다렸다가 빠르게 행동'하는 것입니다. 버핏은 1966년 어느 기업을 600만 달러에 인수했던 사례를 들며 이렇게 말했습니다. "현금 200만 달러, 부동산 200만 달러, 연 이익 200만 달러인 기업을 600만 달러에 파는 건 말이 안 되지만, 그런 전화가 왔을 때는 빠르게 행동해야 한다."
버핏의 핵심 투자 원칙은 다음과 같습니다.
- 대차대조표(Balance Sheet) 중심 분석 - 손익계산서보다 조작이 어렵기 때문
- 저평가 확신 시에만 매수 - 보수적 평가 기준 적용
- 장기 보유 전제 - 단, 상황 변화 시 유연하게 대응
개인적으로는 이 원칙이 2024년 한국 증시에서도 여전히 통한다고 봅니다. 자산만 팔아도 시가총액의 3배가 나오는 기업들이 아직 존재하니까요.
후계자 그렉 아벨, 평범함 속 진짜 실력
그렉 아벨(Greg Abel)이 차기 CEO로 확정되자 많은 사람들이 "너무 평범해 보인다"라고 반응했습니다. 저도 처음엔 비슷한 생각이었습니다. 버핏만큼 카리스마 있는 인물은 아니었으니까요. 하지만 버핏은 이렇게 반박했습니다. "스티브 잡스가 죽은 다음 팀 쿡(Tim Cook)을 보고도 다들 똑같이 말했다. 지금은 어떤 평가를 받나?"
CEO 승계(CEO Succession)란 기업의 최고경영자 자리를 다음 세대에게 넘기는 과정을 의미하는데, 여기서 중요한 건 화려한 겉모습이 아니라 실질적인 경영 능력입니다. 버핏은 "그렉은 언젠가 자신의 소리를 찾을 것"이라며, "누구와 어울리는지가 가장 중요하다"라고 강조했습니다.
제 경험상 이건 좀 다릅니다. 훌륭한 리더는 처음부터 완벽하지 않습니다. 버핏 자신도 5명의 상사 밑에서 배우며 성장했다고 고백했습니다. 그는 젊은이들에게 이렇게 조언했습니다. "초봉에 너무 연연하지 말고, 누구 밑에서 어떤 일을 할지를 더 가치 있게 보라. 주변 사람들의 습관을 내가 물려받게 될 테니까."
그렉 아벨의 강점은 다음과 같습니다.
- 버크셔 에너지 부문에서 검증된 경영 실력
- 보수적이면서도 기회를 놓치지 않는 투자 스타일
- 장기적 관점에서 기업 가치 극대화 추구
버핏은 은퇴하면서 "그렉이 나보다 더 잘할 것"이라고 단언했습니다. 경제적으로도 합리적인 선택이라는 이유에서였죠. 저는 이 말에 공감합니다. 94세의 경험도 중요하지만, 새로운 시각으로 변화에 대응하는 능력도 필요하니까요.
버핏의 마지막 메시지는 명확했습니다. "버크셔 주식은 한 주도 팔 생각이 없다. 그냥 내버려 둘 것이다." 그는 자신이 미국에서 태어난 것만으로도 행운이었다고 말하며, 젊은 투자자들에게 "잠자는 동안에도 돈이 들어오는 방법을 찾지 못한다면, 죽을 때까지 일을 해야만 한다"라고 충고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그의 이 조언이 가장 와닿았습니다. 투자는 단순히 돈을 버는 행위가 아니라, 시간의 자유를 얻는 과정이니까요. 94세 노인이 60년간 지켜온 원칙을 마지막까지 흔들림 없이 전달하는 모습에서, 저는 진짜 투자자의 면모를 봤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