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주식을 시작했을 때 저는 매매 일지 같은 건 귀찮은 짓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냥 좋아 보이는 종목 사고, 오르면 팔고, 빠지면 물 타면 되는 거 아닌가 싶었죠. 직접 겪어보니 그 생각이 얼마나 안일했는지를 깨닫는 데 몇 년이 걸렸습니다. 주식에서 실력이 쌓인다는 건 단순히 수익이 났느냐의 문제가 아닙니다. 내가 왜 그 판단을 했는지, 그 판단이 맞았든 틀렸든 그 이유를 꿰뚫고 있느냐의 문제입니다.

처음엔 모두 비슷하게 시작합니다
저도 초반에는 위험 자산 비중을 높게 가져갔습니다. 소위 말하는 테마주나 동전주, 시가총액이 낮은 종목들 위주로 사서 크게 한 방 터지길 기다렸죠. 그 당시 제 마음속에는 가치투자를 한다는 착각이 있었는데, 솔직히 말하면 그건 그냥 도박적 마인드였습니다. 실제로는 기업의 펀더멘털(fundamental), 즉 매출 성장성이나 영업이익률 같은 기초 체력을 전혀 보지 않고 "이거 오를 것 같다"는 감에만 의존했으니까요. 이런 마인드를 가지고 주식을 하니 수익은커녕 손실만 자꾸 늘어갔습니다.
그 경험이 쌓이면서 오히려 지금은 정반대 방향으로 포트폴리오를 짜고 있습니다. 안전 자산 비중을 약 80%로 가져가고, 나머지 20%만 주도주나 단기 테마 종목에 씁니다. 이게 정답이라고 단언하기는 어렵지만, 결과론적으로 지금 이 방식은 잘못된 방향이 아님을 확인하고 있습니다. 제가 생각하기에 주식에 있어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해야 하는 것은 안전 자산입니다. 예를 들면 미국 나스닥 ETF 또는 금 등 꾸준히 우상향 하는 종목들을 말입니다.
개인투자자들이 손실을 보는 패턴에 대해 금융감독원이 발표한 자료를 보면, 개인투자자의 과도한 단기 매매와 집중 투자가 손실의 주요 원인으로 꼽힙니다(출처: 금융감독원). 제가 초반에 겪었던 실수들이 그대로 통계로 나와 있는 셈이죠. 이걸 보고 나서 분산투자와 리스크 관리의 중요성을 다시 한번 체감했습니다. 처음 투자를 시작하시는 분들이라면 수익보다 내가 하지 말아야 하는 행동들을 먼저 알고 시작하는 것이 더 좋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매매원칙과 복기, 이 두 가지가 전부입니다
제가 주식에서 실질적으로 도움이 됐던 방법은 딱 두 가지입니다.
- 나만의 매매 원칙 확립
- 매매 직후의 철저한 복기와 기록
이 두 가지를 꾸준히 했더니, 못해도 연간 수십 퍼센트 수준의 수익은 낼 수 있는 구조가 만들어졌습니다. 거창한 방법이 아닙니다. 그런데 대부분의 사람들이 이걸 하지 않습니다. 귀찮아서가 아니라, 필요성을 느끼지 못해서입니다.
매매 원칙이란 결국 감정을 배제하고 사고파는 기준을 명문화하는 겁니다. 예를 들어 손절매(stop-loss)를 어디서 할 것인지를 미리 정해두는 것이 여기에 해당합니다. 손절매란 주가가 일정 수준 이하로 내려가면 손실을 감수하고 팔아서 더 큰 손실을 막는 전략을 말합니다. 저는 처음에 이 기준을 정해두지 않았습니다. 그랬더니 빠지면 "곧 오르겠지"라는 생각에 물타기를 반복하다가 계좌가 망가진 경험이 있습니다.
복기는 말 그대로 내가 왜 그 종목을 그 시점에 샀는지, 팔았을 때 어떤 판단이 작용했는지를 기록하고 다시 들여다보는 과정입니다. 여기서 ROE(자기 자본이익률)나 PER(주가수익비율) 같은 지표를 자주 활용하게 됩니다. ROE란 기업이 주주의 돈으로 얼마나 효율적으로 이익을 창출했는지를 나타내는 지표입니다. PER은 현재 주가가 기업의 순이익 대비 얼마나 비싼지를 보여주는 수치로, 이 수치가 낮을수록 상대적으로 저평가된 종목일 가능성이 있습니다.
제 경험상 이 복기 과정을 거치면 수익이 난 매매보다 손실이 난 매매에서 훨씬 많은 걸 배우게 됩니다. 오른 종목은 "역시 내 눈이 맞았어"로 끝나지만, 빠진 종목을 다시 들여다보면 그때 내가 어떤 착각을 하고 있었는지가 선명하게 보이거든요.
한국거래소(KRX) 자료에 따르면 국내 개인투자자의 회전율은 기관이나 외국인에 비해 현저히 높고, 이는 과도한 단기 매매로 이어지는 경향이 있습니다(출처: 한국거래소). 회전율이란 일정 기간 동안 보유 주식이 얼마나 자주 사고 팔렸는지를 나타내는 수치로, 회전율이 높을수록 잦은 매매가 이루어지고 있다는 의미입니다. 이게 높다는 건 감정에 따라 매매를 반복하고 있다는 신호이기도 합니다.
자신을 과신하는 순간 실력은 멈춥니다
주식을 어느 정도 하다 보면 스스로 이 시장을 꽤 안다는 착각이 생깁니다. 제가 직접 겪어봤습니다. 몇 번 수익이 나고 나면 자신의 방법론이 맞다는 확신이 생기고, 다른 사람의 이야기는 귀에 잘 들어오지 않게 됩니다. 그게 바로 실력 성장이 멈추는 지점입니다.
진짜 무서운 건 그 확신이 검증된 것이 아니라는 점입니다. 주식 시장에서 자신의 투자 방식이 맞다는 걸 확인하려면 최소 수년, 길게는 10년 이상 그 방식으로 일관된 성과를 낸 뒤에야 비로소 할 수 있는 이야기입니다. 몇 번의 성공으로 내 방법이 맞다고 단정 짓는 건 도제식 학습(apprenticeship learning)의 관점에서 보면 아직 하산도 하기 전에 스스로 졸업장을 찍는 것과 다름없습니다. 도제식 학습이란 스승에게 지식과 기술을 체계적으로 전수받고, 일정 수준에 도달했을 때 인정받는 전통적인 학습 방식을 뜻합니다.
그 때문에 저는 지금도 투자 결과물을 외부 시각으로 점검받는 과정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내가 맞다고 생각하는 것과 실제로 맞는 것은 다를 수 있으니까요. 오픈된 마인드, 그리고 틀렸을 때 바꿀 수 있는 유연함이 장기적으로 실력을 쌓는 핵심이라고 생각합니다.
주식은 결국 인내와 자기 통제의 싸움입니다. 매매원칙을 세우고, 그 결과를 복기하고, 과신을 경계하는 이 세 가지 루틴을 반복하는 것. 거창한 이론보다 이 단순한 과정이 실력을 만들어 줍니다. 아직 이 과정을 시작하지 않으셨다면, 오늘 매매 일지 하나 만드는 것부터 시작해 보시길 권합니다. 처음엔 귀찮더라도, 반년 뒤에 그 기록이 가장 솔직한 거울이 되어줄 겁니다.
이 글은 개인적인 경험과 의견을 공유한 것이며, 전문적인 투자 조언이 아닙니다. 투자 결정은 반드시 본인의 판단과 책임하에 이루어져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