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도 30대 중반에 회사를 옮기면서 퇴직금을 받았던 적이 있습니다. 솔직히 말하면 그때 그 돈을 전액 인출해서 여행과 생활비로 써버렸습니다. 당시엔 '내가 번 돈인데 뭐'라는 생각이었죠. 하지만 지금 40대가 되어 주변 사람들의 노후 준비 상황을 보면서, 제가 그때 얼마나 큰 실수를 했는지 뼈저리게 느끼고 있습니다. 퇴직연금은 단순한 목돈이 아니라 미래의 현금흐름을 만드는 핵심 자산이었는데 말입니다.

DB형과 DC형, 실제로 어떤 차이가 있나
일반적으로 DB형은 회사가 알아서 관리해 주고 DC형은 내가 직접 운용한다고 알려져 있지만, 제 경험상 이건 반만 맞는 이야기입니다. DB형(확정급여형)은 퇴직할 때 받을 금액이 미리 정해져 있는 구조입니다. 퇴직 전 3개월 평균 급여에 근속연수를 곱해서 계산하기 때문에, 연봉이 꾸준히 오를 것으로 예상되는 사람들에게 유리합니다.
저희 회사 선배 중 한 분은 20년 넘게 한 회사에 다니면서 DB형을 유지했는데, 마지막 몇 년간 연봉이 크게 올라서 퇴직금이 예상보다 훨씬 많이 나왔습니다. 반면 DC형(확정기여형)은 회사가 매년 일정 금액을 적립해 주고, 그 돈을 근로자가 직접 운용하는 방식입니다. 운용 실력에 따라 수익률이 천차만별이죠.
제가 봤을 때 DC형의 가장 큰 함정은 '방치'입니다. 많은 사람들이 DC 계좌에 돈이 쌓이는 줄도 모르고 원리금보장형 상품에만 넣어둡니다. 연 1~2% 수익률로는 물가상승률조차 따라가지 못합니다. 2024년 기준으로 퇴직연금 규모가 250조 원을 넘어섰다고 하는데, 이 중 상당 부분이 사실상 사장되어 있는 셈입니다.
이런 차이 때문에 DB형을 유리한 사람의 경우 대기업이거나 월급이 계속해서 올라가는 직장을 다니는 사람이 고르면 좋습니다. DC형의 경우는 중소기업이나 임금상승률이 낮은 사람이 고르면 좋은 선택지입니다.
IRP 계좌, 왜 중도인출하면 안 되는가
제가 가장 후회하는 부분이 바로 이겁니다. 회사를 옮길 때 퇴직금을 IRP(개인형 퇴직연금) 계좌로 이전하지 않고 전액 인출해 버렸거든요. 당시에는 "지금 쓸 돈이 필요한데 나중 일은 나중에 생각하지 뭐"라는 안일한 생각이었습니다. 하지만 IRP의 가장 큰 장점은 과세이연과 복리 효과입니다.
IRP 계좌에서 투자 수익이 발생해도 당장 세금을 내지 않고, 55세 이후 연금으로 받을 때 저율 과세됩니다. 게다가 세금으로 빠져나갈 돈까지 계속 운용되면서 복리 효과가 극대화되는 구조죠. 실제로 주변에서 IRP를 20년 넘게 유지한 분은 원금의 2배 가까이 불렸다고 합니다.
반면 저처럼 중도인출한 사람은 어떻게 됐을까요? 당시 받았던 세액공제 혜택을 전부 토해내야 했고, 그 돈은 순식간에 사라졌습니다. 2024년 통계를 보면 3만 8천 명이 퇴직연금을 중도인출했다고 하는데, 이들 대부분이 저와 비슷한 후회를 하고 있을 겁니다. 주택 구입이나 전세 자금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인출하는 경우도 있지만, 가능하면 다른 방법을 찾는 게 맞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그 방법 중 하나로 엄청나게 큰돈이 갑작스럽게 필요할 것을 대비하여 비상금 개념에 돈도 500~1000만 원이 모일 때까지 모아 놓는 것 좋은 선택이다. 이렇게 할 경우 갑작스럽게 IRP 계좌를 해제해서 높은 세금 폭탄을 받지 않을 수 있습니다.
연금수령 전략, 55세 이후가 핵심이다
일반적으로 퇴직금은 목돈으로 한 번에 받는 게 이득이라고 생각하는 분들이 많은데, 제 경험상 이건 완전히 틀린 생각입니다. 55세에 퇴직하면 65세 국민연금을 받기까지 10년의 공백이 생깁니다. 이 시기를 '소득 크레바스'라고 부르는데, 현금흐름이 완전히 끊기는 가장 위험한 구간입니다.
제 주변에서 안락한 노후를 보내는 분들의 공통점은 명확했습니다. 퇴직연금을 일시금이 아닌 연금 형태로 최소 10년 이상 나눠 받았다는 점입니다. 한 분은 IRP 계좌에 퇴직금과 개인연금을 합쳐서 연 1,800만 원까지 납입하며 세액공제를 최대한 활용했고, 55세부터 퇴직연금을 월 200만 원씩 받으면서 국민연금 수령 전까지 안정적으로 생활하셨습니다.
반대로 일시금으로 받아서 자영업에 투자했다가 실패한 사례도 많이 봤습니다. 퇴직금 전액을 카페나 식당 창업 자금으로 쓰고, 몇 년 안 돼서 폐업하는 경우죠. 이렇게 되면 국민연금만으로 노후를 버텨야 하는데, 월 60~70만 원으로는 현실적으로 생활이 불가능합니다.
제가 지금 다시 퇴직금을 받는다면 절대 일시금으로 받지 않을 겁니다. 무조건 IRP 계좌로 이전해서 TDF(타깃데이트펀드) 같은 장기 분산투자 상품에 넣어두고, 55세 이후 연금으로 나눠 받을 계획입니다. 지금 당장 눈앞의 100만 원보다 20년 후 안정적인 월 현금흐름이 훨씬 중요하다는 걸, 이제야 제대로 이해하게 됐습니다.
퇴직연금은 회사가 아닌 금융기관에 적립되어 있어서 회사가 망해도 안전하게 보호됩니다. 여기에 과세이연, 세액공제, 복리 효과까지 더해지면 사실상 국가가 노후를 위해 만들어준 가장 확실한 안전판입니다. 저처럼 젊었을 때 단기적인 욕심으로 이 안전판을 걷어차지 마시고, 장기적인 시야로 현명하게 운용하시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