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후 준비 실패 (육체노동, 건강수명, 자산운용)
저도 어릴 적 학교 가는 길에 새벽부터 리어카를 끌며 폐지를 줍는 할아버지를 자주 봤습니다. 그때는 단순히 '저분은 왜 저렇게 힘들게 사실까?' 정도로만 생각했는데, 지금 생각해 보니 그분들도 젊었을 때는 분명 나름의 계획이 있었을 겁니다. 그런데 왜 60대, 70대가 되어서까지 하루 종일 일해도 겨우 몇천 원을 벌며 생계를 이어가야 하는 걸까요? 이 질문에 대한 답을 찾다 보니, 우리가 흔히 '플랜 B'라고 생각하는 단순 노무직이 실제로는 얼마나 위험한 선택인지 알게 되었습니다.

육체노동, 정말 노후 대안이 될 수 있을까?
많은 분들이 은퇴 후 경비원이나 청소원 같은 단순 노무직을 대안으로 생각합니다. 저도 솔직히 말하면 예전엔 '최악의 경우 경비라도 하면 되겠지'라고 막연하게 생각했던 적이 있습니다. 하지만 이게 얼마나 위험한 착각인지 데이터를 보고 깨달았습니다.
2024년 말 기준 전국 경비원 수는 21만 명이 넘는데, 이 중 60대가 약 8만 명, 70대 이상이 5만 명을 돌파했습니다(출처: 한국경비협회). 문제는 최근 들어 이 경비 일자리에 20대, 30대 청년들까지 몰려들고 있다는 겁니다. 취업난이 길어지면서 노년층의 마지막 보루였던 경비직에 젊은 세대가 경쟁자로 뛰어든 겁니다.
여기서 '경쟁률(Competition Rate)'이라는 개념을 짚고 넘어가야 합니다. 경쟁률이란 한 자리에 몇 명이 지원했는지를 나타내는 비율인데, 한 경비 업체 관계자에 따르면 한 명을 뽑는 자리에 수십 명이 몰린다고 합니다. 5년 전만 해도 사람을 못 구해 애먹던 병원 경비직에 이제는 2~30대 지원자가 줄을 선다는 거죠.
생각해 보세요. 60대 후반 분이 20대 청년과 같은 면접장에서 경쟁한다면 누가 유리할까요?
- 체력과 반응 속도
- 장기 근무 가능성
- 디지털 기기 활용 능력
어느 하나 60대가 유리한 조건이 없습니다. 시장은 동정심이 없습니다. 고용주 입장에서는 냉정하게 효율을 따질 수밖에 없고, 그 버튼은 결국 젊은 지원자 쪽으로 눌립니다.
건강수명, 우리가 놓치고 있는 결정적 변수
설령 운 좋게 경비 일자리를 구했다고 쳐봅시다. 과연 수지는 맞을까요? 2024년 기준 취업 알선형 노인 일자리의 월평균 보수는 176만 원 수준이고, 사대보험을 빼면 실수령액은 160만 원 내외가 됩니다. 그런데 이 일자리의 평균 근속 기간이 겨우 5개월 남짓입니다. 1년도 버티지 못하고 그만두는 분들이 대부분이라는 뜻입니다.
왜 그럴까요? 바로 '건강수명(Health Life Expectancy)' 때문입니다. 건강수명이란 평균수명 중에서 큰 질병 없이 건강하게 활동할 수 있는 기간을 말하는데, 한국인의 건강수명은 약 66세 전후로 분석됩니다(출처: 보건복지부). 즉, 65세까지가 건강의 마지노선이고 그 이후로는 크고 작은 질병이 찾아오기 시작한다는 겁니다.
60대의 몸으로 24시간 격일 근무를 하면 어떻게 될까요? 저도 잠깐 허리를 다쳐본 경험이 있는데, 20대 때는 며칠이면 나았던 게 30대가 되니 회복 시간이 배로 늘더라고요. 그런데 60대라면? 한 번 삐끗한 허리가 몇 달을 끌게 되고, 무릎 관절 한 번 다치면 수술대에 올라가야 하는 상황이 됩니다.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2022년 기준 65세 이상 노인의 1인당 연간 본인부담 의료비가 123만 6천 원이었습니다. 이건 특별히 아프지 않아도 드는 기본 진료비예요. 당뇨약, 혈압약, 정기 검진 정도만 해도 한 달에 10만 원 넘는 의료비가 나옵니다. 그런데 육체노동을 하면 이 의료비가 훨씬 더 올라갑니다. 허리 디스크 수술은 적게는 수백만 원, 무릎 관절 수술은 천만 원을 넘기기도 하죠.
버는 돈보다 병원비가 더 나오는 마이너스 구조. 이것이 60대 이후 육체노동에 숨겨진 회계 장부입니다.
자산운용, 지금 당장 시작해야 하는 이유
그렇다면 경비도 안 되고, 몸도 한계에 오면 어디로 가게 될까요? 그 마지막 단계가 바로 폐지 수집입니다. 보건복지부가 2023년 전국 폐지 수집 노인을 직접 조사한 결과, 하루 5시간 이상 주 6일을 일하는 이분들이 한 달에 버는 돈은 평균 15만 9천 원입니다. 시간당으로 따지면 1,226원인데, 그해 최저임금 9,620원의 12.7%에 불과한 금액입니다.
2025년 기준 폐지 가격은 kg당 60~90원 선입니다. 하루 종일 리어카를 끌고 60kg을 모아봐야 그날 손에 쥐는 돈이 5천 원도 안 됩니다. 한 달을 꼬박 이렇게 일해도 15만 원대예요. 이분들 중 절반 이상이 생계비를 마련하기 위해 폐지를 수집한다고 답했습니다.
제가 금융 공부를 하면서 깨달은 건, 옛날과 달리 지금은 은행에만 넣는다고 만사 해결이 아니라는 겁니다. 예전에는 은행 금리가 높아서 그냥 저축만 해도 됐지만, 지금은 다릅니다. 하지만 투자나 다른 루트를 통해 물가상승률보다 높은 수익률을 기대할 수 있는 자산운용 방식은 분명히 있습니다.
여기서 '복리(Compound Interest)'의 힘을 이해해야 합니다. 복리란 원금에 이자가 붙고, 그 이자에 다시 이자가 붙는 방식을 말하는데, 시간이 지날수록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효과가 있습니다. 20~30대부터 꾸준히 투자하면 은퇴 시점에는 상당한 자산을 만들 수 있다는 뜻이죠.
핵심은 '몸이 아파도 끊기지 않는 수입'을 만드는 겁니다. 경비원이나 청소원은 몸이 아프면 그날로 수입이 끊기는 구조예요. 이걸 '노동소득(Earned Income)'이라고 합니다. 반면 배당금, 월세, 연금, 디지털 콘텐츠 수입 같은 건 몸 상태와 상관없이 들어오는 '자산소득(Passive Income)'입니다. 자산소득이란 내가 직접 일하지 않아도 자산이 알아서 수익을 만들어주는 구조를 말합니다.
이 두 구조의 차이가 노후의 얼굴을 완전히 다르게 만듭니다. 경비원이 넘어져서 허리를 다치면 그 달 수입은 제로입니다. 반면 배당주를 들고 있는 사람이 허리를 다치면 그 달에도 배당금은 계좌로 들어옵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이렇게 생각합니다. 우리가 돈을 버는 이유 중 하나는 노후를 힘들게 보내지 않기 위해서입니다. 그러려면 20~60대 사이, 즉 돈을 많이 벌 수 있는 기간에 그 이후를 유지할 자산을 모아야 합니다. 한 달에 30만 원이라도 몸을 쓰지 않고 들어오는 흐름이 있는 사람과 완전히 없는 사람의 차이는 어마어마합니다. 그 30만 원이 경비 일자리를 잃었을 때 병원비를 감당해 주고, 폐지를 줍지 않아도 되는 이유가 됩니다.
경비라도 하면 입에 풀칠은 하겠지,라는 말은 틀린 말입니다. 정확하게는 이렇게 말해야 합니다. 경비라도 할 수 있을 때 다음을 준비해야 한다고요. 그 한 문장의 차이가 노후의 얼굴을 완전히 다르게 만듭니다. 리어카는 끌지 않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그러려면 아직 다리에 힘이 있는 지금 움직여야 합니다.